솔직히 고백하자면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기 전까지는 내가 이런 곳에 내 돈 300만 원을 태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 반, 주변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상담을 예약했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듀오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생각보다 깔끔하고 사무적인 분위기에 조금 당황했다. 뭔가 더 로맨틱하거나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내가 좀 순진했던 건지 모르겠다. 상담 실장님은 내 스펙과 내가 바라는 이상형을 아주 차분하고 건조하게 분류했다. 내 연봉과 학벌, 부모님 재산 상태까지 꼼꼼하게 따져 묻는 과정은 마치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는 기분이었다. 사랑을 찾으러 왔는데, 여기는 철저하게 자본과 조건의 시장이었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는 기분
상담이 끝날 때쯤, 나에게 제시된 등급과 그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상대들의 수준을 듣고 나서 기분이 묘했다. 내가 평소에 하던 연애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접근이었다. 이전에는 친구 소개나 자연스러운 만남을 선호했는데, 여기는 프로필을 먼저 보고 사람이 아니라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했다. 앱에서 사람을 고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비용은 수백 배가 든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일단 결제를 하고 나니 본전 생각 때문인지 몰라도 매칭되는 사람들에게 더 집착하게 되더라. 첫 만남을 잡았을 때, 사진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40분 정도 카페에서 대화를 나눴는데, 대화의 주제도 서로의 연봉과 자산 규모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데 치중되어 있어서 맥이 빠졌다.
증거가 필요한 관계의 씁쓸함
최근에 친구가 상간 소송을 준비하면서 증거 수집 때문에 고생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결혼이라는 게 평생을 약속하는 거창한 건 줄 알았는데, 막상 틀어지면 법정에서 서로의 혼인 기록과 통신 기록을 뒤지며 싸우는 모습이 너무 허무해 보였다. 관리사무소에서 CCTV 영상을 보여주지 않아 애를 먹는 친구를 보며, 사람이 살면서 남기는 기록들이 나중에 이렇게 비수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내가 가입한 업체에서도 혼인 여부나 범죄 이력 같은 걸 증명 서류로 철저히 검증한다고 강조했다. 그게 안전장치라고는 하지만, 누군가를 신뢰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서류 더미를 쌓아야 한다는 게 한편으론 너무 삭막하게 느껴진다.
튀르키예 친구와의 대화에서 느낀 점
얼마 전 외국에서 온 친구가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하느라 고생하는 걸 도왔다. 그 친구는 남편 성을 따르기 위해 여권을 바꾸고, 다시 주민등록 정보를 수정하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밟았다. 한국 정부의 관료적인 시스템 때문에 몇 번이나 구청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그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기대감 하나로 그걸 버티더라. 시스템이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행정을 위한 기록일 뿐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검증된 안전함을 찾으려 하지만, 사실 진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는 이런 서류나 데이터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회원 가입 갱신 버튼을 누를지 고민 중이다.
건강과 생활 습관의 상관관계
어디서 읽었는데 결혼한 사람들이 암 발병률이 낮다는 조사 결과를 봤다. 혼인 제도 자체가 건강을 보장한다기보다, 결국 누군가와 함께 살며 규칙적으로 밥을 먹고 일상을 공유하는 ‘생활 방식’의 차이라고 하더라. 혼자 살 때는 대충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거나 새벽까지 게임을 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최근엔 그런 식습관이 내 몸을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든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매칭을 해줄 때도 이런 생활 패턴이 맞는 사람을 찾아주는 건 아니니까.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든, 내가 나를 어떻게 돌보느냐가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혼자서 매일 규칙적인 식단을 짜는 건 여전히 너무 귀찮은 일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
오늘도 앱으로 매칭된 상대의 프로필을 보다가 그냥 창을 닫았다. 300만 원이나 냈으니 남은 횟수를 다 채우기는 해야겠는데,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 숙제처럼 느껴지는 게 맞나 싶다. 며칠 전에는 2시간 정도 카페에 앉아 다음 만남을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집에 돌아왔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다 이상했다는 건 아니다. 그냥, 서로의 목적이 너무 명확하다 보니 그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를 보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게 아닐까. 어쩌면 나는 완벽한 조건을 찾으려다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또 막상 맨땅에 헤딩하듯 사람을 만나러 나가는 건 너무 무섭다. 횟수가 얼마나 남았는지 세어보는 게 오늘 하루의 마지막 일과가 되어버렸다. 이 횟수가 끝나면 나는 정말로 결혼에 더 가까워져 있을까, 아니면 그냥 통장만 더 가벼워져 있을까.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갔는데, 상담받고 나서 보면 정말 복잡한 문제들이 많네요.
혼인신고 때문에 여권 바꾸는 거 보니까,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횟수를 세는 게 습관이 돼서 오히려 불안감이 더 커지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