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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한 결혼정보회사 문을 열기까지가 제일 힘들었다

상담 예약부터가 머뭇거려지는 기분

결국 여기까지 왔다. 사실 2년 전만 해도 이런 곳은 생각도 안 했다. 그냥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편이었고, 소개팅도 딱히 달갑지 않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 소식을 전하고, 나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그게 꼭 외로움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내가 사회에서 뭔가 뒤처지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같은 게 컸던 것 같다. 친구 하나가 강남에 있는 꽤 규모 있는 결혼정보업체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처음엔 비웃었다. 돈을 내고 사람을 만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했다. 하지만 막상 내가 그 홈페이지를 뒤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니 기분이 참 묘하더라.

낡은 건물 안에서 마주한 사무실 풍경

내가 찾아간 곳은 강남역 근처의 한 건물이었다. 겉에서 보기엔 평범한 사무용 빌딩인데, 막상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입구부터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은은한 조명에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데, 내가 들어갈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상담 예약 시간보다 15분 일찍 도착해서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급하게 마셨다. 가격은 5,500원이었는데, 긴장해서 그런지 맛도 하나도 안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더 차분한 분위기였다. 데스크에 계신 분이 건네주는 상담지를 작성하는데, 내 인생을 수치로 환산해서 적는 기분이 들어서 손끝이 조금 떨렸다. 그 서류에는 연봉, 부모님 직업, 학력 같은 것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등급이라는 게 정말 존재할까

상담사님은 참 친절했다. 그런데 그 친절함이 묘하게 거리감이 있었다. 내가 적어낸 정보를 훑어보더니, 요즘 시장 상황이 어떻다느니, 내 조건이면 어떤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이어갔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게 맞나’ 싶었다. 사람을 만나는 건 감정의 교류인데, 마치 마트에서 물건 고르듯 조건부터 따지는 게 처음에는 꽤 불쾌했다. 하지만 상담사님이 보여주는 프로필들을 보니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더라. 내가 지금까지 해온 연애들이 얼마나 무계획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 한 번 만남을 주선받는 비용이 대략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를 오가는 걸 보면서, ‘이 돈이면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생각도 들었다.

소개팅과는 또 다른 무게감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데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나중에 잘되면 다행인데, 만약 아무 성과가 없으면 이 돈은 누가 책임지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하면 무조건 좋은 사람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내 주변 친구 중에도 여기서 몇 번 만나보고는 결국 실망해서 탈퇴한 경우도 봤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이곳에 앉아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내 힘으로 만남의 기회를 만드는 게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인 것 같다. 상담사님은 자신 있게 말씀하셨지만, 나는 여전히 확신이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창밖의 강남 거리를 보는데, 왜 이렇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지 모르겠다. 내일 당장 다시 연락이 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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