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할 땐 참 친절하기도 했지
결혼정보회사라는 곳을 처음 기웃거렸던 건 작년 초였다. 주변에서 다들 한 번씩은 가본다는 이야기에 등 떠밀리듯 상담 예약을 잡았다. 그 당시에 듀오 같은 곳이 꽤 규모가 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상담실에 앉으니 기분이 묘하더라. 내 학력부터 시작해서 연봉, 부모님 재산 상황, 심지어는 종교와 흡연 여부까지 세세하게 적어 내려가는 그 과정이 마치 시험지를 푸는 것 같았다. 가입비로 수백만 원을 결제할 때는 정말 내 인생의 짝을 찾아주는 시스템인가 싶어 나름의 기대를 걸기도 했다. 그때는 내가 적어낸 그 민감한 서류들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뉴스에 오르내리게 될지 꿈에도 몰랐다.
메일 한 통에 무너진 신뢰
어느 날 퇴근길에 메일함을 확인하다가 눈을 의심했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공지사항이었다. 처음엔 보이스피싱인가 싶어 그냥 넘기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제출했던 그 구체적인 프로필들이 다 털렸다는 거다. 이름과 연락처는 기본이고, 학력이며 직장 정보까지 다 넘어갔다는 소식에 멍하니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었다. 사람을 만나려고 비용을 지불하고 내 사생활을 다 오픈했는데, 정작 그 회사는 보안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허탈했다. 주변에서는 소송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사실 귀찮기도 하고 이미 털린 정보가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 화만 났던 것 같다.
서류 속의 사람을 만난다는 것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고 나서 한동안은 매칭을 받는 게 껄끄러웠다. 메일을 통해 프로필을 전달받을 때마다 ‘이 사람도 내 정보를 받겠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실제로 만나러 나가면 더 어색하다. 강남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났던 상대방은 대화 내내 본인의 조건이나 배경을 언급했는데,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보다 이 사람의 정보가 어디까지 유출되었을지 상상하는 게 더 빨랐다.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기보다 종이 위의 스펙을 검증하는 느낌이 강해지니 데이트가 즐거울 리가 없다. 차 한 잔 마시는 데 1시간, 대화는 한 30분 정도 이어졌는데 서로 질문만 하다가 헤어졌다. 가격은 비싸지만, 마음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 게 참 이상하다.
경찰서 문턱을 넘는 사람들의 마음
최근 뉴스에서 재산 문제나 혼인 관련 사기로 경찰서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나야 단순히 정보 유출로 끝났지만, 누군가는 인생 전부를 걸고 들어간 자리에서 더 큰 상처를 입는다는 게 참 무서웠다. 꼼꼼하게 따져보고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나도 한때는 대출 상담사나 관련 카페 글을 보면서 ‘혼인신고는 언제 하는 게 유리할까’ 같은 고민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제도적인 절차보다 사람 자체에 대한 불신이 먼저 생겨버린 것 같다. 10년 넘게 모은 재산을 잃거나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들의 뉴스를 보며, 내가 겪은 불편함은 차라리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결국은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은 채
여전히 내 휴대폰에는 가끔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온다. 그게 혹시 그때 유출된 정보 때문일까 싶어 받지 않게 된다. 결혼정보회사 측에서는 보상안이니 뭐니 하지만, 사실 내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돌고 도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남들은 어디가 괜찮다더라, 어디는 거르라더라 말들이 많지만 이제는 그런 말조차 크게 들리지 않는다. 그냥 혼자 지내는 게 더 편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해진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런 시스템에 기대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매칭 연락은 오지만, 딱히 설레지도 않고 그냥 일상적인 알림처럼 느껴질 뿐이다.

정보 유출 때문에 그런 감정이 느껴지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개인 정보 보호에 더 신경 쓰게 되었어요.
프로필 정보가 이렇게 꼼꼼하게 털려도 된다니, 정말 당혹스러웠어요. 특히 학력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