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들었던 잔소리 때문에 무작정 상담을 예약하게 된 과정
명절에 친척집에 갔다가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걱정해 주는 척하면서 은근히 압박을 주는 말들이 그날따라 유독 귀에 거슬렸다. 특히 요즘 시대에 여자가 상주를 서네 마네 하는 집안 어른들의 옛날식 사고방식을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예전에 티비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딸들만 남으니까 주위 등쌀에 급하게 소개팅남을 불러다가 상주로 세웠다는 황당한 사연을 본 기억이 났는데, 우리 집안 분위기를 보니 그게 아주 남 일 같지만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이가 점점 차가니까 주변에서도 이제는 맞선사이트나 전문 매칭 서비스라도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재촉을 했다. 홧김에 스마트폰으로 직장인소개팅이나 여러 업체 정보들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예전 이십 대 초반에는 세이클럽타키 같은 걸로 가볍게 사람을 만나서 대화 나누던 시절도 있었는데, 나이를 먹고 나니 이제는 다들 이런 전문적인 서비스를 돈 주고 이용한다는 게 묘하게 씁쓸했다. 결국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조바심이 들어 집에서 가까운 안산 쪽의 업체를 찾아 예약을 잡았다.
안산 중앙역 근처 가입사무실에서 들었던 가입비와 현실적인 조건들
내가 찾아간 곳은 안산 중앙역 뒤편 상가 건물에 위치한 중간 규모의 매칭 대행업체였다. 예약 당일 문을 열고 들어가니 묘하게 가라앉아 있으면서도 정적인 분위기의 상담실로 안내를 받았다. 상담 매니저라는 분은 내 나이와 직장, 연봉 같은 개인적인 정보들을 아주 건조하게 서류에 적어 내려갔다. 그러고는 현실적으로 매칭 가능한 상대방의 등급이나 조건들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나를 무슨 상품처럼 분류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입비가 꽤 비쌌다. 기본 3회 매칭을 조건으로 180만 원 정도를 요구했는데, 매니저 말로는 이게 일반적으로 유명한 결혼정보업체순위 상위권 대형 업체들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일반 직장인 월급을 생각하면 한 번 만남을 주선받을 때마다 수십만 원이 그냥 나가는 셈이라 서명하기 직전까지 꽤 망설여졌다. 요즘 유행한다는 로테이션 매칭 방식인 연인어때 같은 곳은 참가 비용이 몇만 원 안 한다고 들어서 잠시 고민도 했지만, 그래도 신원이 확실한 사람을 만나는 게 시간 낭비를 줄이는 길이라 생각하며 카드를 내밀었다.
프로필을 받아보고 첫 매칭이 잡히기까지 걸린 삼 주간의 기다림
돈을 지불하고 계약서를 쓰고 나면 금방 사람이 주선될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가입 절차 중 하나로 성향테스트 같은 문항들을 몇 페이지에 걸쳐 작성해 제출하고 나니, 매니저로부터 첫 연락이 오기까지 거의 3주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매니저는 나와 정말 결이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신중하게 프로필을 고르고 있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솔직히 기다리는 내내 내 피 같은 돈만 그냥 날린 게 아닌가 싶어 속이 타들어 가고 불안한 마음이 컸다. 그러다 드디어 첫 번째 상대방의 프로필을 문자로 전달받았는데,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과 직업, 나이 같은 간단한 정보만 적혀 있어서 이 사람이 정말 나랑 대화가 통할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담당 매니저가 성향 점수도 잘 맞고 직장도 안정적인 곳을 다닌다며 적극적으로 만남을 권유하기에 일단 매칭을 수락했다. 첫 만남 장소는 고잔동의 조용한 개인 카페로 정해졌고, 주말 오후 시간에 맞춰 나가기로 약속이 잡혔다.
커피숍에서 마주 앉아 나눈 의미 없고 어색했던 대화 내용
만남 당일, 약속 장소에 나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상대방과 마주 앉았다. 상대방도 나처럼 부모님이나 주변 성화에 시달리다 못해 반쯤 억지로 이끌려 나온 티가 역력했다. 자리에 앉아 8천 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나서 처음에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창밖 날씨 얘기부터 시작했다. 대화는 계속해서 뚝뚝 끊겼고, 억지로 공통점을 찾아내 질문을 던지는 과정 자체가 엄청난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상대방은 주말에 보통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성향테스트 결과 같은 건 어떻게 나왔는지 같은 기계적인 질문들을 던졌지만 대화의 알맹이는 전혀 없었다. 얼음이 다 녹아 미지근해진 커피를 앞에 두고 약 2시간 동안 형식적인 문답만 나누다 보니 나중에는 기운이 다 빠졌다. 헤어지는 길에 지하철역 입구까지 같이 걸어가면서도 발걸음 소리만 들리는 침묵이 이어졌는데, 그 순간 차라리 황금 같은 주말에 집에서 누워 쉬는 게 백번 나았겠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비용 대비 아쉬웠던 결과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결혼에 대한 의문
첫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매니저에게서 피드백을 원하는 전화가 왔다. 솔직히 서로 대화 코드도 안 맞고 겉도는 대화만 하다 왔다고 털어놓으니, 매니저는 원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며 다음 매칭 때는 내 피드백을 반영해 좀 더 활동적인 사람으로 알아보겠다고 나를 달랬다. 하지만 집에 와서 침대에 누우니 한 번의 만남에 60만 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한 꼴이라는 계산이 서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조건 없이 편하게 만나는 동네친구 어플이나 사설 연애상담소 같은 곳을 이용하는 게 덜 계산적이고 편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은 만남 횟수를 더 쓴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인연을 만날 수 있을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게 조건만 맞춘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현실적인 조바심 때문에 또다시 매니저의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 내 상황이 참 번거롭고 어수선하게 느껴진다. 남은 매칭을 계속 진행해야 할지, 아니면 위약금을 물더라도 환불을 요구해야 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프로필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된 거, 정말 답답하셨겠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 때문에 그런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프로필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된 거, 정말 답답하셨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망설여질 때 많아요.
첫 만남 후 피드백 요청 전화 받고, 매니저의 조언 덕분에 좀 더 신중하게 업체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용도 만만치 않았으니까요.
프로필 작성할 때 성향 테스트 부분이 좀 길어서 깜짝 놀랐네요. 그래도 매니저님이 적극적으로 권유해주신 덕분에 첫 만남을 보러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