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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결정사까지 기웃거리게 된 주말의 기록

나이 서른 후반이 되니 사람 만나는 일이 숙제가 됐다

주말마다 약속을 잡으려고 달력을 들여다보면 정말 막막하다. 예전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술자리에서 혹은 동호회에서 사람들이랑 섞이곤 했는데, 이제는 다들 짝이 있거나 아니면 나처럼 혼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쪽이다. 어쩌다 소개팅을 하나 나가도 상대방이나 나나 서로 검사하듯 대화를 이어가는 게 너무 피곤하다. 상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 사는지, 이런 것보다 그냥 같이 있을 때 좀 마음이 편안한 사람이 좋은데 그런 사람 찾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친구가 뜬금없이 결정사 얘기를 꺼내길래 한참을 고민했다. 솔직히 300만 원에서 500만 원, 가입비만 해도 그렇게 깨진다는데 내가 과연 그 돈을 쓰면서까지 누군가를 만나야 하나 싶기도 하고. 뚜쟁이들이 해주는 말처럼 좋은 조건의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그게 진짜 인연일까 싶어서 더 망설여진다.

낡은 방식의 만남과 요즘 사람들의 거리감

요즘 사람들은 다들 자기 울타리를 너무 견고하게 치고 사는 것 같다. 어딜 가나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려고, 또 내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데 그러다 보니 틈이 없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결혼해라’, ‘누구 좀 만나봐라’ 하면 적당히 귀찮아하면서도 그게 다 사람 사는 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다 간섭처럼 들린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누가 공개 구혼을 하는 영상을 봤는데,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까지 솔직하게 외로움을 표현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었다. 나도 속으로는 애 엄마 될 사람, 혹은 내 가정을 같이 꾸릴 사람을 찾고 있는데 밖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척하고 사니까 더 병이 나는 것 같다. 사람 사이의 정이라는 게 참 옛날보다 많이 메말랐다는 게 체감이 된다.

결정사 상담을 다녀와서 느낀 알 수 없는 공허함

결국 용기를 내서 강남 근처에 있는 결혼정보회사 두 곳을 상담받으러 다녀왔다. 일단 예약 잡는 것부터가 번거로웠는데, 방문해서 차트를 작성하니까 갑자기 내가 무슨 상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담해 주는 매니저분은 내 나이와 직업, 자산 규모를 보면서 계속 ‘이 정도면 괜찮은 등급’이라며 등급표 같은 걸 보여주는데 그게 정말 불쾌하면서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2년 정도 가입 기간에 횟수 제한이 있는 상품이 대략 400만 원 정도였는데, 이걸 결제하고 사람을 만난다는 게 과연 로맨틱한 일일까?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게 아니라 무슨 계약을 하러 가는 느낌이라 상담실을 나오는 길에 오히려 더 기운이 빠졌다. 상담 시간만 2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그 시간을 차라리 집에서 쉬거나 친구랑 커피나 한 잔 마실 걸 그랬다는 후회만 남았다.

자연스러운 인연이란 건 이제 환상일까

결혼정보회사에서 제시하는 리스트를 보면 다들 번듯하다. 학벌 좋고, 직장 좋고, 경제력도 어느 정도 갖춰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마음은 더 차가워지는 걸까. 예전에 잠깐 나갔던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적어도 서로 조건부터 따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대화 몇 마디 나누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결혼할 생각 있는지, 자녀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주택 마련은 했는지. 이런 질문들이 오고 가면서 이미 설렘 같은 건 다 사라지고 없다. 어쩌면 내가 너무 옛날 방식의 로맨스만 고집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억지로 조건에 맞춰서 사람을 만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여전히 확신이 서질 않는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주말이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또 회사와 집을 오가는 생활이다.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할지 말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가입비가 아까운 것도 있지만, 가입하는 순간 내 스스로가 ‘결혼 시장’의 매물이 되는 것 같아서 그게 가장 싫은 것 같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누구는 50대가 넘어서도 당당하게 공개 구혼을 한다는데, 나는 3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갇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다음 주말에는 그냥 좀 더 활발한 사교 모임이라도 나가볼까 싶다가도, 또 나가서 사람들에게 실망할까 봐 그마저도 귀찮아진다. 정답이 없다는 게 제일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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