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나이가 차고, 주변에서 결혼 얘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니까 저도 모르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친구들은 다들 연애하다가 결혼하고, 뭐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았는데 저는 딱히 그런 기회가 없었거든요. 소개팅도 한두 번 받아봤지만 막상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그러다 문득, ‘결혼정보회사’라는 게 떠올랐어요. 솔직히 거긴 좀 다른 세상 얘기 같았고, 내가 거길 갈 줄은 몰랐죠. 그래도 답답하니까, 한 번 가서 얘기라도 들어보자 싶어서 인터넷으로 후기 몇 개 찾아보고는, 가장 많이 나오는 회사 중에 한 군데에 상담 예약을 잡았습니다. 강남 역 근처에 되게 많잖아요, 그런 회사들. 점심시간 좀 지나서 갔는데, 괜히 어깨가 움츠러드는 기분이었어요.
결혼정보회사, 일단 한번 가보자 싶었던 이유
사실 특별한 이유랄 건 없었어요. 그냥 ‘이대로 있으면 아무것도 안 바뀔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 주변 언니들이나 친구들이 ‘거긴 좀 너무 조건만 보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걸 몇 번 듣긴 했어요. 근데 그게 또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죠. 과연 어떤 사람들이 가고, 뭘 보고 만나는 건지. 데이팅 앱 같은 건 너무 가벼운 느낌이라 시도도 안 해봤고, 자연스러운 만남은 이제 거의 포기 상태였으니까요. 가족들도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였고, 그런 시선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일단 문을 두드려본 거죠. 사실 그 전날 밤에는 괜히 잠도 잘 안 오더라고요. 내가 지금 뭘 하려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뭐라도 해본다는 생각에 조금은 후련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첫 상담 때 느꼈던 오묘한 기분
상담실에 들어가니 매니저라는 분이 나오셨어요. 엄청 친절하게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개인적인 정보들을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직업이나 학력, 연봉 같은 기본적인 건 물론이고, 부모님 직업이랑 재산 정도, 심지어 형제자매 관계까지. 그리고 제가 원하는 이상형에 대해서도 정말 세세하게 물어봤어요. 키나 외모 같은 물리적인 조건부터 성격, 가치관, 심지어 취미생활까지요. 처음 상담만 두 시간 넘게 걸렸던 것 같아요. 거의 조사받는 기분이었달까. 내 삶의 모든 걸 속속들이 털어놓는 느낌에 좀 민망하기도 하고, 이걸 다 말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매니저님은 ‘회원님의 행복을 위한 과정’이라고 하니까, 뭐 그렇겠지 하고 다 대답했어요. 끝나고 나서는 대충 어느 정도의 등급(?)으로 매칭이 될지 같은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그게 또 듣고 나니 기분이 묘했어요. 내가 이렇게 수치화되는 건가 싶고. 그 자리에서 바로 가입은 안 했고, 좀 더 생각해본다고 하고 나왔어요. 물론 결국엔 계약했지만요.
몇 번의 매칭 후 프로필에 대한 생각
계약금으로 몇백만 원 정도를 냈는데,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죠. 그래도 이 돈이면 정말 ‘제대로 된’ 만남을 주선해줄 거라고 기대했어요. 한 달에 두 번 정도 매칭 프로필을 보내주겠다고 했고, 그렇게 몇 주 후에 첫 프로필이 도착했습니다. 사진이랑 간략한 정보 같은 건데, 솔직히 말해서 좀 실망했어요. 제가 상담 때 얘기했던 이상형이랑은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물론 완벽한 사람을 바란 건 아니지만,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내 얘기를 제대로 들은 건가?’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한 번은 직업적으로 제가 정말 피하고 싶다고 했던 분야의 분이 온 적도 있었어요. 매니저한테 이걸 솔직하게 얘기했더니 ‘생각보다 인연은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시는데, 물론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저는 뭔가 제 돈 주고 제 선택권이 없어진 기분이었어요. 물론 몇 번은 만나봤지만, 뭔가 영혼 없는 만남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점점 지치더라고요. 차라리 친구들이 주선해주는 소개팅이 더 편하고 솔직했던 것 같기도 하고.
매니저랑 소통하는 게 좀 피곤했어요
매니저님은 계속 적극적으로 매칭을 권하셨는데, 제가 프로필을 받아보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지니까 나중에는 좀 미안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더라고요. 거절 사유를 꼭 자세히 적어서 보내야 했고, 매번 그걸 설명하는 것도 일이었어요. “이번 분은 제가 원하는 조건이랑 좀 달라서…”, “대화해보니 가치관이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계속 돌려 말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냥 ‘안 끌린다’가 가장 큰 이유였는데, 그걸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그렇고. 매니저님 입장에서는 많은 회원을 관리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제 입장만 강요하는 것 같아서 관계가 좀 껄끄러워지기도 했어요.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저는 제 기준에서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었거든요. 이쯤 되니 ‘이게 과연 나한테 맞는 방식인가’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결국엔 다시 제자리인 것 같기도 하고
결국 계약 기간 1년이 거의 다 끝나가는데,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어요. 물론 몇 분 만나서 대화도 해보고 밥도 먹어봤지만, 딱 거기까지였죠. 이 회사 시스템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제가 너무 까다로운 건지, 아니면 그냥 저한테 결혼 정보 회사라는 시스템 자체가 안 맞는 건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돈은 돈대로 썼고, 시간도 쓰고, 감정 소모도 적지 않았는데 막상 남는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허탈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어떤 점이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가 되긴 했지만, 그게 몇백만 원이라는 비용을 주고 얻을 만한 깨달음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냥 데이팅 앱을 한 번 깔아볼까, 아니면 그냥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그냥 혼자 살아야 하나, 뭐 이런 멍한 생각들만 하고 있습니다. 결혼 정보 회사를 통한 만남이 저한테는 좀… 글쎄요, 복잡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고민이 많았었어요. 주변 사람들의 기대감과 제가 원하는 모습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서요.
직업이나 학력 같은 기본적인 정보부터 부모님 직업까지 정말 자세하게 물어보셔서, 저는 뭔가 제 삶의 모든 걸 너무 솔직하게 털어놓은 기분이 들었어요.
사진이랑 정보랑 거리감이 느껴져서, ‘제대로 된’ 만남을 기대했던 부분을 좀 실망스럽게 했네요.
프로필을 거절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매니저님 입장도 이해가 되네요. 특히 ‘나에게 맞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부분에서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