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시작한 주변의 등 떠밀기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 소식을 전해오기 시작한 게 작년부터였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누구는 누구랑 만나서 금방 결혼한다더라, 누구는 소개팅으로 만나서 일 년 만에 식을 올린다더라 하는 이야기들. 내 귀에는 그저 남의 집 경사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횟수가 잦아지니까 은근히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나만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 기분, 그런 게 뭐 대단한 감정은 아니지만 묘하게 밤마다 잠을 설치게 만들더라. 그래서 충동적으로 결혼정보업체라는 곳들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좀 비웃었다. 돈을 내고 사람을 만나는 게 과연 내 스타일일까 싶기도 했고, 무슨 순위 같은 걸 매겨놓은 표를 볼 때마다 이게 사람 장사인가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낯선 사무실에서 들었던 비현실적인 이야기들
결국 용기를 내서(혹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서) 상담 예약을 잡았다. 서울 강남 어딘가에 있는 깔끔한 빌딩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쾌적한 향기가 났고, 대기실에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듯한 사람들이 저마다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상담 실장님은 생각보다 훨씬 더 직설적이었다. 내 스펙이나 성향을 묻는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마치 채용 면접을 보는 기분이었다. 가입비는 대략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였는데, 이게 한 번의 기회인지 아니면 기간 동안의 서비스인지 듣다 보니 점점 머리가 아파왔다. 그분들은 마치 기계처럼 매칭 데이터를 설명했다. 광주야외결혼식 같은 구체적인 로망을 이야기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은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도 충분하다’는 식의 무미건조한 조언이었다. 내 로망이 너무 구체적이라 탈이었던 건지, 아니면 그들의 세상에서는 그런 건 부차적인 문제였던 건지 알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든 묘한 허탈함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데 날씨가 참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은 축 처졌다. 상담 내내 ‘등급’이니 ‘조건’이니 하는 단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였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까지 계산기 두드려야 하는 일인가 싶었다. 문득 작년에 다녀왔던 울산의 어느 웨딩박람회 생각이 났다. 그때는 그냥 둘러보면서 이게 얼마고 저게 얼마고 하면서 웃고 떠들었는데, 지금 여기는 왜 이렇게 차갑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짝짝 같은 앱에서 가볍게 대화를 나누던 때가 더 인간적이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 그건 또 아니겠지.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냥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다.
연애와 결혼 그 사이의 모호한 경계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다들 하나씩 가는데 나만 너무 재고 따지는 건 아닌지, 아니면 이 시장이라는 곳에 들어가는 게 정말 내 인생을 위한 효율적인 선택인지 말이다. 인터넷에서 보면 결혼정보회사에서 성혼해서 잘 살고 있다는 후기도 많고, 반대로 돈만 날리고 이상한 사람만 만났다는 하소연도 넘쳐난다. 이별극복하고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나는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걸 알아보는 건지 스스로도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건 조건 좋은 누군가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관계였던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결론 나지 않은 고민들
며칠 전에는 3년 정도 동거했다는 지인의 속사정을 듣고 한참을 같이 고민했다. 임신 테스트기는 한 줄이 나왔다는데, 그 불안함 속에서 서로를 탓하는 모습을 보며 결혼이라는 게 정말 행복한 보상일까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상담 현장에서 느꼈던 그 딱딱한 분위기와, 현실에서 겪는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 사이에서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아마 당분간은 결정사에 가입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 고민이 해결된 것도 아니다. 그냥, 오늘 밤도 조금은 막막한 마음으로 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이게 맞는지 틀린지도 모른 채로.

웨딩박람회 생각 완전 공감해요. 그때는 좀 더 자유롭게 구경하고 웃었던 기억이 나요.
광주 야외 결혼식처럼 구체적인 로망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중에 생각해도 충분하다’고 하니까 좀 답답하더라고요. 그런 조언은 현실적인 부분과 닿지 않는 것 같았어요.
웨딩박람회 생각하면서 씁니다. 앱으로 대화하던 때가 더 편했는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