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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결혼정보회사 상담을 받고 며칠간 고민했던 것들

처음 결정사 문턱을 넘기까지의 망설임

사실 결정사, 그러니까 결혼정보회사라는 곳을 내가 직접 상담 예약까지 해서 가게 될 줄은 몰랐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니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가정을 꾸리고, 명절마다 친척 어른들의 눈치 섞인 질문을 받는 게 슬슬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대전이나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은 요즘 카카오톡 소개팅 앱이나 이름 있는 결정사를 통해 만남을 갖는 게 아주 흔한 일상이라고 했다. 그래도 직접 사무실에 들어가는 건 뭔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처럼 느껴졌다. 대구 시내 한복판, 반월당 근처에 있는 빌딩들을 보며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런 서비스를 통해 짝을 찾고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막상 상담 예약을 잡고 나니 긴장도 되고, 내가 너무 조급해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묘한 자존심도 발동했다. 예약금은 따로 없었지만, 방문하기 전날 밤에는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상담실에서 들었던 구체적인 조건들

상담실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커피 한 잔을 내어주며 매니저님은 내 이력서 같은 문답지를 훑어보셨다. 사실 뚜쟁이 아저씨, 아주머니가 직접 사람을 연결해주던 옛날 방식과는 다르게, 요즘은 철저하게 데이터 위주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구 지사라고 해서 지역 사람만 만나는 게 아니라, 서울 본사와 연계된 시스템이라 전국구 단위로 매칭이 가능하다는 점이 신기했다. 다만, 가입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대략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단위까지 언급되는데, ‘결혼’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합리적인 건지, 아니면 거품인 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한 번 상담을 받으니 매니저님은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꼬치꼬치 묻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좀 불쾌했다. 내 인생의 동반자를 고르는 과정인데 마치 상품을 스펙별로 나열하는 기분이었으니까.

프리미엄 서비스와 일반 소개팅의 미묘한 차이

매니저님은 ‘노블레스’라는 단어를 자주 쓰셨다. 전문직, 자산가 같은 엘리트 회원층이 많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는데, 이게 나에게 어떤 이득이 될지 따져보는 게 쉽지 않았다. 퍼플스나 엔노블 같은 유명한 곳들이 전국 직영 체제로 운영된다고 들었는데, 내가 방문한 곳도 시스템 자체가 체계적이라는 건 확실히 느껴졌다. 기존에 하던 소개팅 앱이나 친구를 통한 자연스러운 만남과는 확실히 결이 달랐다. 소개팅 앱은 일단 프로필 사진부터 신뢰가 안 가고, 연락하다가 끊기는 경우가 태반인데 여기는 최소한 ‘검증’은 된 사람들이 나오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건 결국 마음인데, 이렇게 정해진 절차에 따라 만나는 게 과연 설렘이 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46년 전통이라는 제이노블 같은 곳도 언급하시던데, 역사가 길다고 해서 나에게도 좋은 결과가 보장되는 건 아니지 않나 싶기도 했다.

대구에서 결정사를 다니며 겪게 될 현실적인 고민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데 길거리에 지나가는 평범한 커플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저들은 어떻게 만났을까. 굳이 이렇게 큰돈을 쓰고 절차를 밟아서 만나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나처럼 서른 중반이 넘어 효율을 중시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이게 최선의 전략일까. 상담 후 며칠 동안은 매니저님으로부터 문자가 몇 번 왔다. 1:1 맞춤 매칭 시스템으로 관리를 해주겠다고 하는데, 마음이 흔들리다가도 통장을 보면 다시 차분해졌다. 대구 지역 업체인 이승희 결혼 아카데미처럼 조금 더 저렴하고 밀착형으로 관리해 주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대형 업체와 이런 소형 업체 사이에서 고민이 길어진다. 무엇보다 ‘결정사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혹시나 나중에 결혼할 사람에게 나쁜 인상을 줄까 봐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든다.

아직 결론 내리지 못한 마음

결국 상담을 다녀온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나는 아직 가입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누군가는 ‘커피팅’ 한 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꽤 큰 목돈이고, 한 번 결정하면 계약 기간 동안은 무조건 여기서 정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조건이 맞는 사람과 적당히 타협해서 결혼하게 될까. 30대 소개팅 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갑고 딱딱하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배웠다.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선택지겠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너무 낯설고 어색한 숙제 같다. 내일쯤이면 매니저님께 다시 연락이 올 것 같은데, 뭐라고 답장을 해야 할지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런 고민을 하는 과정 자체가 결국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증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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