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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만 받으러 갔다가 덜컥 결제까지 하고 온 날

상담실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사무적이었다

강남 어디쯤이었던 것 같은데, 지도 앱을 보면서도 한참을 헤매다 들어갔다. 그냥 궁금해서였다. 요즘 30대들 다들 결정사 한 번씩은 기웃거린다길래, 정말 내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치로 평가받을지 객관적인 수치가 궁금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들어가자마자 꽤 쾌적하고 조용한 상담실로 안내받았는데, 분위기가 무슨 대기업 인사팀 면접장 같아서 괜히 손에 땀이 났다. 담당 매니저님이 웃으며 맞이해주셨는데, 그 미소가 너무 친절해서 오히려 더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내 조건을 이것저것 적어내면서 나는 내가 이렇게 내 인생을 낱낱이 공개해야 하는 사람인가 싶어 순간 멈칫하기도 했다. 자산 규모나 연봉, 학력 같은 걸 체크리스트에 기입하는데, 왠지 모르게 비참해지는 기분과 ‘이게 다 얼마짜리인가’ 싶은 현실적인 계산이 머릿속에서 계속 엉켰다.

수백만 원을 일시불로 긁게 될 줄은 몰랐다

상담이 거의 끝나갈 때쯤, 매니저님이 대뜸 가입비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알아보고 간 정보로는 대충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내 조건에 맞추려면 조금 더 높은 등급의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700만 원대를 제시했다. 이게 횟수 제한이 있는 건지, 아니면 성혼 보장형인 건지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를 하더라. 사실 100만 원, 200만 원도 아니고 거의 800만 원에 육박하는 돈을 한 번에 쓴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야 하는데, 상담실 안의 그 묘한 조명 아래서 매니저님이 ‘이 정도면 아주 좋은 조건이다’라고 말씀하시니까 홀린 듯이 카드를 내밀었다. 나오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어 지하철역까지 걷는 내내 속이 쓰렸다. 월급을 모아서 적금을 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마치 내 미래를 저당 잡힌 것 같은 기분이었다.

횟수 차감이라는 게 생각보다 잔인하다

결정사에 들어가서 처음 느낀 건 ‘사람을 이렇게 점수로 매겨도 되나’ 싶은 회의감이었다. 매칭 상대가 프로필로 날아오는데, 이게 마치 쿠팡에서 물건 고르는 느낌이랑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더 화가 나는 건 횟수 차감이다. 한 번 만나고 나서 서로 느낌이 안 맞으면 그게 그대로 ‘1회’로 끝이다. 어떤 날은 퇴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압구정 근처 카페에서 사람을 만났는데, 대화가 5분 만에 끝났다. 그 5분을 위해 내가 쓴 돈이 얼마인가 계산해 보려다가 관뒀다. 정신 건강에 해로울 것 같아서. 앱으로 하는 무료 소개팅이랑 뭐가 다른가 싶어 현타가 올 때도 있었다. 앱은 내가 직접 고르기라도 하지, 여기는 매니저님이 ‘이 분이 당신이랑 딱 맞아요’ 하고 던져주는 사람을 거절하기도 애매해서 무조건 나가야 했다.

12명 로테이션 소개팅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결정사 활동을 하던 중에 친구가 갑자기 12명이랑 한 번에 돌아가면서 만나는 로테이션 소개팅이 요즘 대세라고 해서 솔깃했다. 거기 참가비가 10만 원대인가 그랬는데, 결정사비용에 비하면 정말 껌값처럼 느껴졌다. 결정사는 한 명 한 명에게 들이는 에너지가 너무 크고 무거운데, 로테이션 소개팅은 그냥 ‘어차피 안 될 수도 있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갈 수 있었다. 확실히 고물가 시대라 그런지 다들 실속을 따지더라. 결정사에서 맺어주는 사람들은 다들 조건을 너무 따져서 대화가 삭막했는데, 차라리 가볍게 만나는 자리들이 더 사람 냄새가 났던 것 같다. 그때는 내가 결정사에 쓴 돈이 아까워서 억지로 매칭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마음 한구석에는 이미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결국 나는 누구를 찾고 있었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700만 원이라는 돈이 과연 내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데 적절한 투자였을까 싶다. 누군가는 결정사 덕분에 잘 결혼했다고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오가는 서류상의 조건들 때문에 오히려 사람을 더 좁은 시각으로 보게 된 것 같다. 프로필상의 수치보다 중요한 게 분명 있는데, 시스템 자체가 그런 걸 보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랄까. 가입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만남은 별로 없다. 그냥 내 30대의 한 시절을 수백만 원짜리 데이터베이스에 집어넣고 시간을 태운 기분이다. 다음에 누가 또 결정사 고민한다고 하면 그냥 말릴 것 같기도 한데, 막상 내가 또 그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지 확신이 안 선다. 여전히 내 연애는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다음 매칭 메시지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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