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이었나, 평소라면 절대 갈 일이 없는 강남역 근처의 결혼정보회사 건물에 다녀왔다.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시작하니까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정말 단순히 궁금해서 가본 게 시작이었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이런 서비스에 대해서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 뭔가 사람을 조건으로만 나열해서 매칭한다는 게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는 일 같았거든. 그런데 막상 예약 전화를 걸고 방문 날짜를 잡는 과정부터가 묘하게 긴장이 됐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공기
건물 엘리베이터가 생각보다 좁아서 올라가는 내내 좀 답답했는데, 내부에 들어서니 복도가 너무 조용해서 숨소리도 조심하게 되더라. 안내를 받아 들어간 상담실은 일반적인 사무실 느낌이라기보다는 약간 호텔 로비와 상담 창구 어딘가에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상담사분은 생각보다 훨씬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셨는데, 처음에는 그냥 간단한 이력서 같은 거 작성하고 대화 좀 나누면 끝날 줄 알았거든. 근데 거기서부터 내 착각이었다. 내가 가진 학력이나 직업 같은 건 이미 서류상으로 다 알고 계셨고, 정말 사소한 취미나 주말에 주로 뭘 하는지 같은 것들을 되게 꼼꼼하게 물어보시더라.
집안 분위기와 자산에 대한 질문들
중간에 좀 당황스러웠던 건, 단순히 나 개인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직업이나 집안의 가치관 같은 걸 묻는 부분이었다. 사실 남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처음이라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상담사분이 말씀하시길, 강남 쪽은 특히 이런 부분을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던데, 듣다 보니 이게 정말 결혼을 위한 건지 아니면 어디 투자처를 찾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도 있었다. 가격대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아서 깜짝 놀랐는데, 이게 뭐 한 번에 다 내는 게 아니라 가입비에 매칭 횟수에 따라 추가되는 비용도 있고 좀 복잡하더라. 대략적으로 들어도 수백만 원 단위라 선뜻 결정을 내리기엔 너무 큰돈처럼 느껴졌다.
밖으로 나왔을 때의 묘한 기분
상담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분명 두 시간 정도 앉아 있었는데, 마치 며칠은 고민한 것처럼 머리가 멍하더라. 밖은 여전히 똑같은 강남역 거리인데, 왠지 나만 다른 세계에서 나온 사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듀오나 가연 같은 유명한 곳도 다 이런 식인지, 아니면 내가 간 곳이 유독 상류층 매칭을 강조하는 곳이라 그런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는 친구는 이런 거 다 시간 낭비라고 그냥 자연스러운 만남이 최고라는데, 막상 또 그 ‘자연스러운’ 게 제일 어렵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냥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들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상담사분이 했던 말 중에 ‘조건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건 결국 시간을 아끼는 것’이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효율을 따지면 맞는 말인데, 과연 그렇게 만난 상대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었는데 마침 계란이 하나도 없더라. 괜히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떠올라서 피식 웃었다. 결혼도 주식도 한 번에 너무 올인하면 안 된다는 뜻인가 싶어서 말이다. 당분간은 이런 데 더 기웃거리지 말고 그냥 지금 내 일상에나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지금 당장 결정한다고 해서 인생이 딱 원하는 대로 풀릴 것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 그 큰돈을 들여가며 나를 평가받는 시스템 속에 굳이 들어갈 준비가 아직은 안 된 것 같다.

부모님 재산 관련 질문 때문에 좀 긴장했네요.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 계신가요?
강남역 주변 분위기가 정말 흥미로운데요. 부모님 직업에 대한 질문까지 나올 줄은 몰랐어요.
계란이 없다고 피식 웃게 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계란이 없다는 게 갑자기 생각정리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처럼 조급해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