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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근처 사무실에서 상담비 내고 서류부터 내밀었던 날

상담 예약하고 사무실 찾아가던 날

결정사라는 곳을 직접 가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냥 막연히 뉴스나 커뮤니티에서나 보던 곳이었는데, 나이가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기고 나니 주변 지인들은 다 하나둘 짝을 찾아 떠나버렸다. 소개팅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지인들에게 부탁하는 것조차 민망해지는 시기가 왔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곳에 상담 신청을 넣었다. 사실 어디가 유명한지도 잘 모르겠어서 그냥 강남역 근처에 있는 사무실로 잡았다. 상담비가 5만 원인가, 현장에서 결제해야 한다길래 왠지 모르게 비장한 마음으로 입구에 들어섰던 기억이 난다.

대기실에서 마주한 묘한 긴장감

사무실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엄숙했다. 무슨 은행 대기실 같기도 하고, 변호사 사무실 같기도 했다. 데스크에 앉아있던 직원이 안내해 준 자리에 앉아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도 나랑 비슷한 생각으로 왔을까 싶어 힐끗 보게 되었다. 상담실 문이 열리고 들어간 방은 좁고 답답했다. 커피 한 잔을 내어주며 매니저라는 사람이 나를 위아래로 훑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물어보는 게 아니라, 나의 연봉, 아파트 자가 보유 여부, 학벌 같은 것들을 아주 상세하게 묻기 시작했다. 내 삶의 가치관 같은 것보다는 종이 위에 적힐 ‘스펙’이 더 중요하다는 게 상담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면 좀 불편했다.

1년 가입비 듣고 멍하니 있었던 순간

가입비는 천차만별이었다. 내가 들은 금액은 대략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였는데, 횟수 제한이 있는 상품이랑 없는 상품으로 나뉜다고 했다. ‘횟수 차감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진짜 시장에서 물건 고르는 기분이 들어서 묘하게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매달 꼬박꼬박 벌어오는 월급을 생각하면 큰돈은 아니지만, 결혼이라는 걸 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건가 싶은 의구심이 가시질 않았다. 매니저는 “이 조건이면 더 좋은 분들도 만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 ‘좋은 분’의 기준이 내가 생각하는 사람과 같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결제를 고민하며 사무실을 나올 때까지도 이게 맞나 싶었다.

프로필 사진 때문에 고민하던 밤

가입을 하려면 프로필 사진이 필요하다 했다. 동네 스튜디오에서 급하게 찍은 증명사진을 보냈더니 매니저가 전화해서는 “이런 사진으로는 미팅 성사가 어렵다”며 강남에 있는 제휴 스튜디오를 예약해 주겠다고 했다. 촬영비만 20만 원이 넘는다고 해서 그냥 내가 평소에 잘 나온 셀카를 쓰겠다고 고집을 부려봤지만, 결국은 화장하고 스튜디오 가서 비싼 돈 주고 사진을 다시 찍었다. 보정된 내 얼굴을 보고 있으니 내가 아닌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이게 정말 나를 보여주는 사진인지, 아니면 상품화된 나를 전시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첫 맞선이 잡히고 난 뒤

결국 고민 끝에 가입은 했다. 첫 번째 소개팅이 잡혔는데, 상대방도 나랑 비슷한 이유로 여기에 가입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설레기보다는 긴장감이 더 컸다. 약속 장소는 청담동의 한 카페였다. 1시간 정도 대화 나누고 헤어졌는데,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봤다. 우리 대화의 절반은 “결정사에는 가입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같은 식상한 질문들이었다. 진심으로 서로를 궁금해하기보다는 서로가 내건 조건들을 확인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만남이 내 결혼 생활의 시작점이었을지, 아니면 그냥 내 인생의 아주 이상한 한 페이지로 남을지 잘 모르겠다. 아직도 가끔 그 매니저에게서 연락이 오는데, 전화를 받을 때마다 괜히 또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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