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이 넘어가니 주변 지인들의 절반 이상이 결혼했거나 이혼을 준비 중이다. 나 역시 한때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사람을 만나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그때 상담을 위해 들어갔던 결정사의 삭막한 분위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화려한 브로슈어와는 다르게, 실무 현장은 마치 물건을 매매하는 시장 바닥 같기도 했고, 서류상의 스펙을 숫자로 찍어내는 공장 같기도 했다. 사실 이 세계에 발을 들이기 전엔 ‘돈을 내고 사람을 만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정사 가입비로 3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넘게 태우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실제로 내 주변에 500만 원을 결제하고 1년 동안 5명을 만났던 지인이 있었다. 그 친구는 ‘스펙은 완벽한데 대화가 안 통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게 바로 많은 사람이 놓치는 함정이다. 정보가 정제되어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사람이 가진 ‘날것의 매력’이나 ‘생활 습관’을 완전히 거세해버린다는 뜻이다. 서류상으론 의사나 대기업 과장이지만, 실제 만나보면 가사 분담에 대한 철학이 전근대적이거나, 단순히 부모님 압박 때문에 나온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결정사에서 제시하는 ‘등급’이라는 건 철저히 자본주의적 기준이다. 학벌, 직업, 자산, 부모의 재력. 이 4가지를 조합해 점수를 매긴다. 이 시스템의 치명적인 단점은 ‘삶의 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거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휴일에 무엇을 하는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화를 푸는지 같은 비정량적인 요소가 훨씬 중요해진다. 그런데 매니저는 이런 부분을 말해줄 수 없다. 본인들도 고객의 데이터를 수치로만 보니까. 이 과정을 직접 겪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사람을 만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이는 동호회에서, 어떤 이는 결정사에서 운명을 만난다. 하지만 ‘비용을 지불했으니 결과가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한번은 기대감을 품고 나간 소개팅에서 상대방이 나를 심문하듯 재산 정보를 캐묻던 날이 있었다. ‘이게 결혼인가, 금융 거래인가’ 싶더라.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이런 ‘거래적 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상대가 내 스펙을 검증하려 들 때, 나도 똑같이 그 사람의 내면을 검증할 수 있는 단단함이 있어야 하는데, 많은 경우엔 돈 낸 값어치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결과가 좋을 리 없다. 나 역시 기대했던 만큼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했고, 결국 중도 해지를 고민하며 수수료 문제로 머리 아팠던 기억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결정사는 단순히 ‘기회’를 돈 주고 사는 플랫폼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에게는 500만 원이 시간을 아껴주는 투자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헛된 욕망의 비용일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30대 중반쯤 되면 이제 결혼은 스펙의 조합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의 타협이다. 매칭 업체에 의존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결의 생활을 원하는지 먼저 정리해보는 게 우선이다.
이 조언은 본인의 스펙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아보고 싶거나, 바쁜 일상 때문에 만남의 기회 자체가 현저히 부족한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남들이 다 하니까, 혹은 결혼 적령기라는 압박 때문에 떠밀리듯 결정사에 가입하려는 사람이라면 단호히 말리고 싶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결정사를 검색하는 게 아니라, 가까운 친구나 지인에게 소개팅을 부탁해보고, 전혀 다른 취미 모임에 나가서 사람들과 부대껴 보는 것이다. 의외로 해답은 돈이 들지 않는 곳에 있을 때가 많다. 물론, 이 말이 당신의 상황에 100% 들어맞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돈을 써서라도 억지로라도 사람을 만나보는 그 ‘과정’ 자체가, 당신에게는 필요 없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다음 관계를 위한 예방주사가 될 수도 있으니까.

결혼정보회사 경험에서 봤던 것처럼, 단순히 ‘잘 보완된 스펙’만으로는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