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건가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좀 웃긴 상황이다. 예전에는 결혼정보회사라는 곳을 정말이지 영화 속 이야기나, 아주 먼 미래의, 그러니까 정말로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가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하고, 명절마다 친척들의 눈치를 보는 게 지겨워질 때쯤엔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뀌더라. 이게 뭐 대단한 결심은 아니었다. 그냥 주말마다 혼자 영화 보거나 넷플릭스만 돌려보는 일상이 조금 심심해졌달까. 대구 시내를 걷다가 우연히 본 결정사 광고 문구가 예전처럼 ‘비싸 보이고 무거운’ 느낌이 아니라 그냥 ‘한 번쯤 상담이나 받아볼까?’ 싶은 생각이 들게끔 묘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물론 발을 들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30대 후반, 이제는 40대를 향해 달려가는 나이인데, 뭐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나 혼자만 시간이 멈춘 채로 늙어가는 기분이 들어서 덜컥 상담 예약을 잡았다.
상담실에서 들은 현실적인 숫자들
방문한 곳은 동성로 근처에 있는 곳이었는데, 사무실 분위기가 생각보다 평범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엄청 화려하고 압도적인 분위기는 아니었고, 그냥 깔끔한 회사 사무실 느낌. 매니저님은 아주 능숙하게 내 프로필을 정리하셨다. 학벌, 직장, 연봉, 그리고 부모님의 사회적 지위까지. 소위 말하는 ‘등급’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어 기분이 묘했다.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이미 데이터화되어 있는 내 모습을 보니까 조금 서글프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게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인가 싶어 허탈하기도 했다. 상담비는 따로 없었지만 가입비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입이 떡 벌어졌다. 수백만 원 단위였는데, 이게 단순히 사람을 소개해주는 대가라기보다는 내 인생의 어떤 시기를 사는 비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길게 하지는 않았다. 지금 안 하면 나중엔 더 못할 것 같아서 일단 지르고 봤다. 그때 내 통장에서 나간 돈이 거의 300만 원 가까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적은 돈은 아니었지. 하지만 그만큼 기대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바쁘게 돌아가는 만남의 세계
가입하고 나서 첫 한 달은 꽤 정신이 없었다. 매니저님이 보내주는 프로필을 보며 이게 게임 캐릭터 고르는 것도 아니고 참 기분이 묘했다. 첫 번째 상대는 대구 수성구에 사는 공무원이었는데, 우리 회사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카페에서 만났다. 커피 값만 2만 원이 넘게 나왔던 것 같다. 대화는 나쁘지 않았지만, 뭐랄까, 서로가 이미 준비된 이력서의 내용을 확인하는 느낌이라 긴장감이 없었다. ‘어디 사세요?’, ‘취미는 뭐예요?’ 같은 뻔한 질문들. 듀오 같은 곳에서 유튜브로 소개팅 후기 영상들을 160만 번 넘게 봤다는데, 그 영상 속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첫 만남 이후에 매니저님께 연락이 오는데, 상대방의 피드백을 전달받는 과정도 썩 유쾌하진 않았다. 마치 평가받는 물건이 된 기분이랄까. 이런 만남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점점 지쳐갔다.
이게 정말 연애를 잘하는 법인 건지
가끔은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다. 남들은 자연스러운 만남(자만추)이 최고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 나이대에 자연스러운 만남이란 게 어디 쉬운가. 술자리도 예전 같지 않고, 소개팅 해달라고 부탁하기엔 이제 다들 애 키우느라 바쁘다. 결정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번듯하고 조건도 좋지만, 가슴 뛰는 설렘보다는 안정적인 합의점을 찾는 느낌이 더 강하다. 내가 정말 원했던 게 이런 건가? 5060 세대가 되면 더 하다고 하던데, 나도 그때까지 이런 시스템에 매여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걸까. 어쩌면 나는 연애를 잘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그냥 외로움을 돈으로 달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자꾸 든다. 어제도 매니저님한테서 새 프로필이 왔는데, 확인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창을 닫아버렸다.
아직은 알 수 없는 결말
아직 남은 횟수가 서너 번은 더 된다. 환불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괜히 그러기는 싫어서 그냥 놔두고 있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동네 친구들이랑 술이나 마시러 나가는 게 더 재밌을 때가 있다.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데, 결정사에 가입해 있는 동안은 그 압박감이 계속 나를 쫓아다닌다. 정답이 없는 거겠지. 돈을 낸다고 해서 사랑이 배달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누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이 과정 자체가 나에겐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다시 돌아간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다음 주에는 또 억지로 예쁜 옷을 고르고 있을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게 제일 씁쓸한 부분이다.

프로필 데이터화된 모습이 좀 씁쓸하더라고요. 특히 40대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