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구미나 대구 같은 지방권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인간관계를 넓히는 일이 서울보다 훨씬 좁고 폐쇄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다들 결혼 정보 회사나 소개팅 사이트를 기웃거리지만, 사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드라마틱한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죠. 20대 때 구미의 헌팅 술집이나 번화가를 기웃거리던 경험과 지금 30대가 되어 겪는 직장인 소개팅 사이의 괴리를 생각해보면, 결국 ‘무엇을 위해 시간을 쓰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무작정 로테이션 소개팅이나 단체 미팅에 나가는 것입니다. 저도 한때 대구 동호회 활동을 하며 주말마다 얼굴을 비췄지만, 돌아오는 것은 얕은 대화와 피로감뿐이었죠. 기대했던 건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는데, 현실은 마치 헤드헌팅사가 인재를 골라내듯 서로의 직장과 연봉, 집 위치를 먼저 따지는 경직된 분위기였습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사람’이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조건’만 남게 되는 이 상황이 참 씁쓸하더군요.
이런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대를 낮추는 것’입니다.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의 참가비를 내고 2시간 남짓 시간을 쓰지만, 사실 성공 확률은 생각보다 낮습니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현장에서 번호를 교환해도 실제로 두 번째 만남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10명 중 2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after actually going through this’, 그러니까 직접 겪어보고 나니 사람을 만나는 데 들어가는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걸 체감하게 됐습니다. 어떤 사람은 헌팅 술집에서 운명을 찾으려 하고, 어떤 사람은 어플에 매달리는데, 사실 어디서든 ‘진짜’는 드뭅니다. 이게 바로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지점입니다. 굳이 돈을 들여 만남을 만드는 것 자체가 때로는 더 큰 불확실성을 키우는 꼴이 되기도 하죠.
특히 주의해야 할 실패 사례는 ‘분위기에 휩쓸려 사람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로테이션 소개팅 같은 곳에서는 옆 사람이 좋다고 하니 덩달아 좋아 보이는 집단 심리가 작동합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혼자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나랑 정말 맞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죠. 이런 감정적 동요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본인만의 확고한 기준이 필요한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마냥 즐거웠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간에 차라리 취미를 하나 더 배우거나 운동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인간관계로 이어지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듭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이런 만남이 유일한 창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조건이 잘 맞고 목적이 뚜렷한 사람들에게는 효율적인 수단이겠죠. 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관계를 원한다면, 굳이 대형 소개팅 사이트나 인위적인 미팅보다는 지역 내 작은 모임이나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가 낫습니다. 다만, 이것도 100% 성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예기치 않게 이상한 사람을 만날 확률도 존재하니까요.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리스크는 있고, 100% 만족스러운 결과는 사실상 없습니다.
이런 조언은 스스로의 힘으로 사람을 만나기엔 생활 반경이 좁아진 30대 직장인들에게 유효합니다. 반면, 사람을 가리는 기준이 너무 까다롭거나 굳이 사람을 만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라면 지금 당장 소개팅이나 미팅을 중단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억지로 나간 자리에서 실망만 쌓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낫거든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당장 앱을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주말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뿐입니다. 물론, 이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람의 인연은 때로 아무 노력도 안 할 때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구미에서 일하는 느낌이 딱 맞네요. 혼자 시간 보내면서 생각하는 게 제일 좋던데.
로테이션 소개팅에서 옆 사람 이야기에 한참 빠져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진짜 관심 있는 게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