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할 땐 참 그럴싸해 보였는데
한참 결혼에 대해서 고민이 많던 시기가 있었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을 하거나, 최소한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 그때 마침 SNS 광고로 결혼정보회사 듀오 같은 곳들이 눈에 띄었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이런 서비스들이 아주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막상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견적을 확인해 보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수백만 원 단위의 가입비는 사회초년생이나 일반 직장인에게는 결코 가벼운 금액이 아니다. 내가 덜컥 결제했던 상품은 ‘DR’이라고 부르는, 그러니까 일정 기간 동안 횟수 제한 없이 매칭을 해준다는 상품이었다. 횟수제는 뭔가 만남 한 번에 돈이 나가는 기분이라 아까울 것 같아서, 차라리 기간 내에 맘껏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게 곧 내 불행의 시작이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200만 원 중반대에서 시작하는 금액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는데, 그 돈을 내면서까지 누군가를 ‘기계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 가끔은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횟수 무제한이라는 함정
횟수가 무제한이라는 건 역설적으로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상담사가 보내주는 프로필을 하나하나 넘겨보다 보면, 사실 내 취향에 맞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주말마다 사람을 만나는 게 의무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데이트가 아니라 ‘업무’가 된다. 강남 어디쯤에 있는 사무실에서 상담사와 대화할 때는 뭐든지 다 해줄 것처럼 말하던 분위기가, 막상 가입하고 나니까 미묘하게 바뀌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몇 번은 의욕적으로 나갔는데, 서너 번째 사람이랑 만났을 때 너무 허무한 대화를 이어가다가 갑자기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싶더라.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 기계적인 일이었나 싶어서 자괴감이 드는 날도 있었다. 차라리 친구가 소개해주는 자리가 훨씬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이때 처음 했던 것 같다.
사람 만나는 게 업무처럼 느껴질 때
매칭 서비스라는 게 참 그렇다. 내 조건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조건을 나에게 전달받고 나면 이미 대화의 시작점부터가 너무 사무적이다. 연봉, 직장, 키, 집안 환경 같은 것들이 서류상으로 먼저 공유되니, 막상 마주 앉았을 때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이미 다 알고 만나는 상황이니까. 그저 서류에 적힌 정보가 실물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검증 작업처럼 느껴졌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1시간 정도 대화하는 게 루틴이 되어버렸다. 가끔은 상대방도 나를 같은 마음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입안이 바싹 말랐다. 사실 내가 원했던 건 이런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가 싶어서 일주일은 매칭 신청을 일부러 거절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상담사한테 전화가 오더라. 서비스 기간이 아까우니 적극적으로 만나야 한다고.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묘한 해방감이 아니라 오히려 억압감을 느꼈다.
결국은 내가 결정하는 것인데
결국 몇 달을 보내고 나서야 느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서 결혼이 내 뜻대로 빨리 진행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돈을 낸다고 해서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자동으로 뿅 하고 나타나는 구조도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더 재게 만들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다음 사람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횟수 제한 없는 상품을 선택했던 게 내 입장에서는 더 안 좋았던 것 같다. 아까우니까 자꾸 억지로라도 나가게 되니까 감정 소모가 너무 심했다. 차라리 횟수제였으면 좀 더 신중하게 결정했을까? 지금도 가끔 그 생각을 한다. 주변 친구들 중에는 이런 곳을 통해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는데, 나랑은 좀 방식이 안 맞았던 것 같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시간은 시간대로 썼는데 마음속의 허전함은 오히려 더 커진 것 같아서.
그저 그런 기억으로 남은 시간
서비스가 종료되는 시점까지도 뚜렷한 성과 같은 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성과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사람과의 만남을 성과라고 정의하는 순간부터 이미 모든 게 잘못된 게 아닐까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흔한 방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류진 같은 배우들이 가족 예능에 나와서 단란하게 사는 모습을 보거나, 뉴스에서 비혼 커플 이야기를 접할 때면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돈을 주고 누군가를 평가하고 평가받았던 그 기묘했던 몇 달.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안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내가 왜 그렇게 절박했는지는 이해가 간다. 외로움이라는 게 참 무섭다. 누군가랑 함께하고 싶다는 그 단순한 욕망이 나를 이런 시장 한복판으로 밀어 넣었으니까. 지금은 그냥 편하게 지내고 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내 일상을 먼저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걸 그때의 그 피로감이 가르쳐 준 것 같다.

SNS 광고로 그런 곳을 알아볼 때,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얼굴’을 찾는 게 아니라 시간 낭비라는 걸 깨달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