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목동 근처에서 자그마한 가게 자리를 하나 얻어보려고 부동산 몇 군데를 돌아다녔다. 사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냥 적당히 유동인구 있고 월세가 너무 터무니없지 않은 곳이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목동 쪽은 재건축 이야기가 계속 나오다 보니 신축 매물은 정말 귀했고, 어쩌다 괜찮다 싶은 곳이 나오면 이미 권리금이라는 게 붙어있었다. 몇 번이나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중개인분들은 하나같이 “지금 물건이 없다”거나 “나와도 금방 나간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떤 곳은 법정 수수료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요구해서 괜히 기분만 상하고 나왔다. 신문에 나오는 불법 중개 뉴스들이 그냥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더라.
엉뚱한 상상으로 빠지는 시간들
가게를 알아보는 게 스트레스가 되니까 사람이 참 이상해진다. 하루는 부동산 사무실에서 대기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게 자리를 찾는 것도 이렇게 버거운데, 왜 인생의 중대한 결정인 결혼은 더 막막하게만 느껴질까. 옆자리에서 들리는 어떤 아저씨의 통화 소리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신랑감 조건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이야기가 귀에 꽂히니까, 차라리 부동산 중개하듯이 사람도 매물처럼 조건 맞춰서 소개받는 게 효율적인 건가 싶기도 했다. 주변 친구들은 결혼정보회사 같은 데 가입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냥 하나의 루트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왠지 가게 매물 앞에 붙은 가격표를 보는 것보다 더 씁쓸한 기분이 든다.
사교모임과 현실의 괴리
결혼정보회사 이야기가 나오니 예전에 한번 가봤던 소규모 사교모임이 떠오른다. 그때는 인위적인 만남이 싫어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보려고 나갔던 건데, 거기서도 결국 하는 이야기는 직업이 뭔지, 어디 사는지 같은 것들이었다. 사실 부동산 중개할 때 듣는 질문이랑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더 노골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가게를 얻을 때는 그래도 실평수나 전력량, 인테리어 상태라도 확실하게 눈에 보이지,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스펙으로 분류해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전혀 다른 문제가 튀어나오니까 더 골치 아픈 것 같다. 어제는 서현역 쪽 상권을 보러 갔는데, 예전처럼 큰 프랜차이즈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가성비 따지는 작은 가게들이 많아진 걸 보면서 사람의 취향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가 되지 않는 고민들
결국 어제도 별다른 수확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상가 월세 알아보느라 쓴 시간, 기름값, 그리고 틈틈이 했던 고민들이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결혼정보회사에 수백만 원을 내고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돈을 쓴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무언가 시도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꼬이는 기분이다. 내가 너무 계산적으로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요즘 세상이 다 이렇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부동산 앱을 다시 켰다가 그냥 끄고 누웠다. 가게 매물도, 인연이라는 것도 결국 타이밍과 운이라는데, 그 운이라는 게 도대체 언제쯤 내 차례가 될지 참 막연하기만 하다. 그냥 내일은 부동산에 다시 전화를 걸지, 아니면 이번 주말엔 그냥 좀 쉴지 고민만 깊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