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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회사 상담을 받고 와서 든 생각들

상담실 문을 열기까지 걸린 시간

사실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주변에서는 다들 앱을 쓰거나 자연스럽게 만난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자괴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문득 서른 중반이 넘어가니 소개팅 자리도 예전 같지 않고,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만 흘러가는 게 싫었다. 선우결혼정보라는 곳을 선택한 건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그냥 지인이 한 번 가보라고 툭 던진 말 때문이었다. 강남 어딘가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가는데, 예약 시간이 오후 2시였는데도 조금 떨리더라.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되나 싶기도 하고.

등급표라는 게 정말 있긴 하더라

상담해주시는 매니저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내 스펙부터 물어보셨다. 요즘 뉴스에도 나왔던 ‘배우자 지수’라는 걸 들어본 적 있냐며 웃으시는데, 그게 단순히 연봉이나 직업만 보는 게 아니라 가정 환경이나 신체적인 부분까지 점수화하는 거라고 설명해주셨다. 흥미로웠던 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직원을 대하는 태도였다. 예전에는 전문직이 무조건 1순위였는데, 요즘은 반도체 쪽 직원들이 성과급 영향 때문인지 거의 변호사나 약사 수준으로 대우가 올라갔다고 한다. 84점에서 87점으로 3점 올랐다는데, 매니저님 체감상으로는 10점 넘게 오른 느낌이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며 정말 철저하게 숫자로 사람을 판단하는 곳이구나 싶어 묘한 기분이 들었다.

비용과 현실적인 고민

상담료는 따로 없었지만, 가입비는 대략적으로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를 오가는 것 같았다. 물론 횟수나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 돈을 내고 정말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사실 이 돈이면 그동안 고민했던 해외여행을 몇 번이나 다녀오고도 남을 텐데. 갓데이트나 다른 크리스천 소개팅 앱들을 기웃거릴 때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시간이 아까웠는데, 여기는 돈이 아까운 느낌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보험 같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하면 이 시스템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내가 바라는 건 무엇인가

매니저님은 내 이상형이 뭐냐고 물으셨다. 나는 그냥 대화가 잘 통하고 종교적인 가치관이 맞는 사람이 좋다고 했는데, 그게 가장 찾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하시더라. 차라리 연봉 얼마, 키 몇 이상이라고 말하면 데이터 매칭이 더 쉬운데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거라나. 결국 결정사에 들어와도 내가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게임이라는 점은 앱이나 현실이나 똑같았다.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너의 점수는 이 정도이니 이런 사람을 만나’라고 알려주는 기분이라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왠지 모르게 지치는 느낌이었다.

일단은 조금 더 고민해보려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보며 고민했다. 당장 결제를 하는 게 맞을까. 가입을 하면 횟수가 정해져 있고, 만남을 가질 때마다 연락하고 약속 잡고 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과연 그게 내가 꿈꾸던 결혼 과정일까 싶다. 삼전닉스 직원들이 변호사급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는 것이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만큼 결혼이 자본주의적 선택이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지금 당장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큰돈을 쓰기보다는, 조금 더 내 주변을 둘러보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결론만 내린 채 사무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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