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더미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던 시간
결혼 비자, 그러니까 F6 비자를 준비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구청에서 혼인신고 마치고 나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그건 시작도 아니었다는 걸 서류 목록을 뽑아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일단 요구하는 서류의 양이 정말 방대하다. 소득 요건 증빙부터 주거 요건, 그리고 서로 어떻게 만났는지 적는 교제 경위서까지. 남들은 다들 혼자서도 척척 해낸다는데, 나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며칠을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서류 대행 서비스를 쓰라고 하는데, 비용이 대략 5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까지 부르더라.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내 돈 주고 내가 하는 건데 왜 이렇게 비싼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실수를 해서 비자가 거절되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그 공포감 때문에 돈을 써야 하는 건지 계속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특히 주거 요건 증빙하는 게 제일 성가셨다. 지금 사는 곳이 내 명의로 되어 있으면 상관없는데, 전세 계약이나 월세 계약의 형태에 따라서 첨부해야 할 서류가 다 다르다. 임대차 계약서 사본은 기본이고, 등기부등본이랑 뭐랑 이것저것 떼다 보니 내가 지금 결혼을 준비하는 건지 부동산 서류 떼는 사무원이 된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혹시나 심사관이 봤을 때 ‘이거 좀 미심쩍은데’라고 생각할 만한 부분이 있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 검색해 보게 된다. 밤늦게까지 인터넷 카페를 뒤지면서 ‘이런 경우엔 어떻게 했나요?’라고 물어보는 내 모습이 좀 처량해 보이기도 했다. 다들 그렇게 다 겪고 지나가는 과정이라지만, 막상 닥치니까 웬만한 회사 프로젝트보다 더 신경 쓰이는 일이다.
대행 서비스에 대한 갈등
솔직히 행정사 사무실에 전화를 몇 군데 돌려봤다. 상담만 받는 데도 비용이 드는 곳이 있고, 그냥 서류 검토만 해주는 서비스도 따로 있더라. 수임료를 주고 다 맡기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그 돈도 사실 적은 금액은 아니니까. 막상 대행을 맡기면 그쪽에서도 나보고 서류를 다 챙겨오라고 할 텐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발로 뛰어야 하는 건 매한가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비자 거부 사례를 읽다 보면 겁이 덜컥 나다가도, 또 누군가는 혼자서 잘만 했다는 후기를 보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사라졌다 한다. 결국은 꼼꼼함의 문제인데, 내 성격이 그렇게 꼼꼼한 편이 아니라서 더 불안한 것 같다.
직접 부딪혀보면서 드는 생각
결국 서류를 직접 준비하기로 하고 낮에 출입국 관리 사무소 근처에 있는 동사무소와 구청을 몇 번이나 들락거렸는지 모른다. 서류 하나 떼러 갔는데 신분증을 안 가져가서 다시 집에 다녀오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딱 걸려서 한 시간을 근처 카페에서 멍하게 앉아 있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해야 하나 싶다가도, 결국 우리 둘이 같이 살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니 어쩔 수 없지 싶다. 아직도 완전히 준비된 건 아니다. 여전히 교제 경위서에는 어떤 내용을 더 적어야 할지, 사진은 몇 장이나 뽑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사실 이 과정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절차지만,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조금씩 무겁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 비자 준비가 끝날 때쯤엔 둘 다 완전히 지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서류 작업
오늘도 또 하나의 서류를 보충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추가 자료를 요구하니까 맥이 빠진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번 주 내에 모든 서류를 다 갖추려고 했는데, 또 다음 주로 미뤄졌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채워가다 보면 언젠가 비자가 나오겠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 더 필요한 게 있지는 않을까 하는 찜찜함이 가시질 않는다. 서류 봉투가 점점 두꺼워지는 걸 보면 안심이 되면서도, 그 무게만큼이나 책임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은 시간과의 싸움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걸 다 견뎠는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내일은 또 등기소에 가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