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단체 미팅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이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릴 때부터 소개팅은 둘이서 조용히, 혹은 친구들이랑 몰래 엮어주는 정도만 해봤지, 이렇게 여러 사람이 모여서 ‘짝’을 찾는다는 개념 자체가 좀 낯설었다. 마치 대학 MT 때 갔던 장기자랑 같은 건가 싶기도 하고. 가격대도 이것저것 알아보니 적게는 10만원대부터 30만원 이상까지 다양했고, 어떤 곳은 횟수제로, 어떤 곳은 매칭 성공 시 추가 비용이 붙는 방식이었다. 이건 뭐, 자동차나 가전제품 사는 것도 아니고 사람 만나는 건데 가격표 붙여놓고 고르는 게 좀… 그렇더라.
첫 번째 단체 미팅, 왁자지껄함 속에 묻힌 나
내가 처음으로 참여했던 단체 미팅은 주말 오후 2시에 시작해서 저녁 7시쯤 끝나는 꽤 긴 프로그램이었다. 장소는 강남의 어느 분위기 좋은 카페였고, 참가자는 남녀 각각 10명씩, 총 20명이었다. 처음엔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 게임 몇 가지를 진행했다. 솔직히 이런 게임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그 다음부터는 테이블을 옮겨가며 10분 정도씩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효율적이겠네!’ 싶었다. 여러 사람을 짧은 시간 안에 만나볼 수 있으니까. 한 5명 정도 만나고 나니 조금씩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대화 주제도 다 비슷했고, 상대방의 눈빛이나 표정을 제대로 읽기도 힘들었다. 나는 좀 차분하게 대화하는 스타일인데, 여기 분위기는 다들 너무 적극적이고 시끌벅적해서 내 목소리가 묻히는 느낌이랄까. 결국 그날은 명함 몇 장을 주고받았을 뿐, 따로 연락해볼 만한 사람은 없었다. 물론, 몇몇 테이블에서는 웃음꽃이 피고 금방 친해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은 아마 평소에도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이었을 거다. 나처럼 좀 내향적인 사람한테는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첫 번째 ‘기대 vs 현실’이었다. ‘다양한 사람을 쉽게 만나겠다’는 기대와는 달리, ‘정신없고 나를 제대로 보여주기 힘들다’는 현실이었다. 이 경험 하나에 든 비용은 약 25만원 정도였고, 시간은 반나절을 꼬박 투자했다.
두 번째 도전, ‘나만의 필터’ 장착
첫 번째 경험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내가 너무 쉽게 포기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신중하게 알아보고, 후기도 꼼꼼히 찾아봤다. 두 번째로 선택한 곳은 이전보다 가격은 조금 더 저렴했지만 (약 18만원), 참가자 수를 남녀 각각 6명씩으로 줄이고, 좀 더 진지한 만남을 지향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나는 여기서 ‘나만의 필터’를 장착하기로 했다. 무작정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내 기준에 맞는 사람을 좀 더 깊이 있게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 진행 방식은 비슷했지만, 중간중간 1:1 대화 시간을 더 길게 주는 점이 좋았다. 확실히 인원수가 적으니 대화의 질이 달라졌다. 서로 조금 더 집중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고, 상대방의 가치관이나 취미 같은 것도 파악하기 쉬웠다. 몇몇 사람은 ‘이 사람과는 좀 더 만나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이후 두 명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한 분과는 두 번 정도 더 만났는데, 첫 만남의 좋은 느낌과 달리 갈수록 대화가 겉돌았다. 상대방은 나보다 한 살 어렸는데,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해 아직은 너무 생각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너무 서둘렀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어쩌면 단체 미팅 자체가 나랑 안 맞는 걸 수도 있겠다’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20명 모였던 첫 번째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성공’이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했다. 결국 이 만남도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되었다.
가격 대비 효율성, 그리고 ‘결정사’라는 선택지
단체 미팅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래도 ‘가격 대비 효율성’일 거다. 혼자 소개팅을 주선하거나, 앱을 통해 만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검증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하지만 내가 겪어본 바로는, 이게 ‘효율’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본인이 어느 정도 외향적이고 여러 사람과 쉽게 어울리는 성격이어야 한다. 둘째, 대화의 물꼬를 트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셋째, ‘단체’라는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20만원, 30만원이 아깝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남 자체’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 혹자는 ‘결정사’를 언급하기도 한다. 결혼정보회사의 1:1 매칭 시스템 말이다. 이건 훨씬 더 많은 비용(수백만원대)이 들지만, 상대적으로 검증된 프로필과 전문적인 매니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100%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높은 비용 때문에 오히려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질 수도 있고, 매칭되는 사람과의 관계가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을 경우의 허탈감도 클 것이다. 나는 아직 그 정도의 비용을 투자할 만큼 절박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이 단체 미팅, 누구에게 추천할까?
추천 대상:
-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고, 어느 정도 외향적인 분
- 빠르게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싶은데, 소개팅 앱이 좀 지겹게 느껴지는 분
- 결혼정보회사의 1:1 프로그램은 부담스럽지만, 좀 더 검증된(?) 만남을 원하시는 분 (하지만 기대치는 현실적으로 가져가야 함)
- 약 20만원 내외의 비용과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크게 부담이 없는 분
비추천 대상:
-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선호하는 분
- 처음 보는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분
- ‘몇 번의 만남 안에 반드시 짝을 찾아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을 느끼는 분
- 결혼이라는 목표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생각이 없거나, 좀 더 천천히 알아보고 싶은 분
현실적인 다음 단계
단체 미팅 프로그램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지’에 대한 감을 좀 더 잡게 되었다. 앞으로는 굳이 단체 미팅에 돈을 투자하기보다는, 동호회나 취미 모임 같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볼까 한다. 비용도 훨씬 저렴하고,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건 내가 직접 겪어본 바로는, ‘소개팅 앱’이나 ‘단체 미팅’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부담 없는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도 ‘기대 vs 현실’은 늘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느낀 점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성향과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좋은 인연이 단체 미팅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전혀 맞지 않는 사람만 만날 수도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발표 준비를 너무 열심히 했는데, 실제 미팅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짧게 끝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