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나간 주말 동호회 모임
지난주엔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대전에서 열리는 직장인 소모임에 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소개팅 앱에서 맨날 프로필 사진만 넘기는 게 너무 지겨워졌기 때문이다. 채팅앱으로 대화하다 보면 다들 뻔한 질문만 한다. “뭐 좋아하세요?”, “주말엔 뭐 하세요?” 같은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내가 마치 면접 보러 나온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조금 다르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없나 찾다가,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지역 소모임 플랫폼을 통해 오프라인 모임에 덜컥 신청했다. 참가비는 3만 원 정도였는데, 장소 대관료와 간단한 다과비라고 했다. 딱히 기대를 했다기보다 그냥 집에만 박혀 있는 게 싫어서 나간 거였는데 막상 도착하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묘했다.
어색함이 흐르는 카페 테이블
모임 장소는 대전 시청 근처에 있는 작은 카페였다. 30대 직장인 위주라고 해서 나름 비슷한 연령대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나이 차이가 꽤 났다. 나랑 비슷한 또래도 있었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어린 친구들도 있었고, 반대로 나보다 훨씬 연차가 높아 보이는 분들도 계셨다.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회사 이야기부터 나왔다. “어디 다니세요?” 하는 질문이 사실상 거의 첫인사나 다름없었다. 누군가는 대전 외곽으로 출퇴근하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누군가는 최근에 새로 바뀐 팀장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며 맞장구를 쳤다. 나는 그사이에 끼어서 그냥 적당히 웃으면서 커피를 홀짝였다. 솔직히 소개팅이라고 생각하고 나갔는데, 막상 가보니 그냥 동네 지인 만들기나 직장인 커뮤니티 같은 분위기였다.
생각보다 길었던 기다림의 시간
모임 시간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딱 3시간이었다. 처음 1시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을 한다고 간단한 카드 게임을 했는데, 어릴 때 하던 눈치 게임 같은 걸 하려니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그래도 다 같이 웃으면서 하다 보니 조금은 분위기가 풀리는 듯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정해진 순서가 끝나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이 되자, 몇몇 사람은 자기들끼리만 대화하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앉은 분은 자꾸 나한테 울산이나 창원 쪽에 있는 지인 이야기를 꺼내며 공통점을 찾으려 애썼는데, 사실 나는 그쪽 지역에 연고가 전혀 없어서 대답하기가 참 곤란했다. 그럴 때마다 어색하게 웃어넘기는 게 내 역할이었다. 시간은 왜 이렇게 느리게 가는지, 시계를 계속 확인하게 되더라.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묘한 동질감
그래도 재미있는 점은 있었다. 다들 직장인 소개팅이나 채팅앱에 지쳐서 여기까지 흘러 들어온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은 분명했다. 누군가는 청주에서 일하다가 주말이라 대전까지 넘어왔다고 했다. 다들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을 만나야 하나 싶은 씁쓸함이 동시에 들었다. 옆에 앉은 분은 결정사도 고민해 봤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가격을 듣고 나니 정말 만만치 않구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하는 가벼운 대화였지만, 다들 마음 한구석에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게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그냥 주말에 아무 말도 안 하고 집에만 있는 게 싫어서 나온 사람들의 고독 같은 것 말이다.
결국 남은 건 불확실한 여운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다. 3시간 동안 참 많은 말을 한 것 같은데, 사실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다. 연락처를 몇 명이랑 주고받긴 했지만, 집에 와서 보니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선뜻 먼저 메시지를 보내진 못했다. 그냥 이렇게 한번 보고 말 사람들일까, 아니면 이 중에 정말 나랑 맞는 사람이 있을까? 집에 와서 씻고 침대에 누우니 온몸에 피로가 몰려왔다. 다음번에 또 이런 모임에 나갈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넷플릭스나 보면서 쉴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안 나가는 것보다는 나았나 싶기도 하고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집에 있으면 나가고 싶고, 나가서 사람들에 치이면 다시 혼자 있고 싶어진다. 결국엔 아무 결론도 나지 않은 채로 주말이 다 지나가 버렸다.
